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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장애인 문턱’ 낮아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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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예배를 드리기 위해 들어간 첫 입구에서 장애인들에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계단이다. 어렵게 계단을 건너 예배실의 문을 연 교통약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당황하거나 경계심을 품은 성도들의 눈빛이다. 교회와 성도들은 장애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외’가 아닌 ‘환대’로 이들과 함께해야 한다.
1974년 유엔 장애인 생활환경 전문가 협회가 발간한 <장벽이 없는 건축설계>라는 보고서를 시작으로 ‘베리어 프리’(Barrie Free)라는 개념이 전 세계로 확산한 지 50년을 맞았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과 21일 장애인 주일을 앞두고 교통약자를 위한 ‘베리어 프리’는 과연 한국교회에 얼마나 정착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근처에 교회가 있지만 계단이 있거나 시설이 열악해서 가기 어려워요, 교회를 가는 것 자체가 일이지만 예배를 드리는 기쁨이 더 커요.” (지체장애인 안해영 씨)

안해영(가명)씨는 오늘도 교회에 출석하기 위해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오늘 안 씨가 교회에 출석하기 위해 소요된 시간을 총 3시간 반이다. 씻고, 옷을 입고, 준비하고 휠체어 타는데 1시간 30분, 활동보조인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데 1시간 30분을 할애해 교회에 도착했다.

1998년부터 제정된 편의증진법을 통해 500㎡ 이상의 종교시설(교회)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장애인과 교통약자를 위한 ‘배리어 프리’의 일환이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이런 편의시설이 여전히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거나 혹은 있더라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점자 표지판을 읽고 예배실로 갔는데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예배실이 바뀌었다고 해요.”(시청각장애인 김소영 씨)

그도 그럴 것이 1998년 4월 11일 제정된 편의증진법에 1997년 이전 건축한 교회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교회가 직접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편의시설을 짓지 않는다면, 사회적 약자와 장애인들은 편의시설 없이 건물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또한 편의시설이 있다고 할지라도 보통 한번 지어놓으면,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태반이다.

“교회들의 편의시설은 잘 갖춰져 있는가?”

사회적 약자와 장애인을 전문적으로 섬기는 유은식 목사(하늘씨앗교회)는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작은 교회들은 처음부터 장애인 사역에 마음을 먹지 않으면 장애인들이 찾아오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소형교회에 장애인들이 찾아오면 큰 교회로 가라고 얘기해주는 사례도 더러 있다”며 아쉬움을 설명했다.

임현주 집사(남서울은혜교회, 지체장애인)는 “20년 정도 섬겼던 교회가 있다. 그러나 교회의 화장실 설비가 실내에서 실외로 변경되며, 어쩔 수 없이 교회를 옮겨야 했다”며 “교회를 옮길 때는 주차가 가능한지, 계단이 없는지,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지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고 밝혔다.

김하정 성도(하늘씨앗교회, 청각장애인)는 “요즘 농인 교회의 경우는 수어통역사가 잘 배치돼 있다. 하지만 수어를 모르는 청각장애인은 문자통역과 수어통역을 둘 다 제공되는 곳을 찾지 못하면 예배의 내용이 100% 전달받지 못할 때가 있다”고 했다.

“장애인에 대한 교회의 인식과 수준은 어떠한가?”

임 집사는 “이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장애인 집사’라고 불릴 때가 있다. 이런 부분에서 인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임 집사는 특히 “존경하는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러 교회를 찾아가는데, 큰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계단만 돼 있어 실망했다. 특히 장애인화장실을 창고로 쓰는 교회도 있다”고 토로했다.

김하정 성도는 “교회에 들어가기는 쉬우나 정착하기가 어렵다. 예배에 적응해도 셀 모임 등 행사나 모임이 있을 때 공유해 주는 사람이 없다. 이때 느끼는 소외감에 교회 수련회가 다가오면 무서움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유은식 목사는 “일반 교회 또한 장애인을 위한 인식을 처음부터 밑바탕에 두고 사역을 시작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들 또한 하나님 앞에 동등하게 대우받고 교회사역에 비장애인 성도들과 동참할 수 있도록 교회가 스스로 배우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끝으로 한국교회가 물리적 ‘베리어 프리’뿐만 아닌 장애인 인식의 장벽을 허물길 소망했다. 아울러 비장애인 성도들 또한 장애인들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을 제공할 준비를 하도록 교단과 교회가 함께 진정한 ‘베리어 프리’를 감당하길 소원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효성 경기북부지사장은 교회가 소수(장애인,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보와 분석이 미비하다고 언급했다. 이 지사장은 “정부는 매년 장애인 통계를 측정하고 분석하지만, 교단과 교회에선 이런 집계와 분석이 미비하다”라고 짚었다.

정보 없이는 제대로 된 지원과 체계를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지사장의 설명이다. 즉 교회가 사회적 약자를 받아들이기 위한 공감과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며, 나아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현재의 진단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는 이런 사회적 약자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월 16일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 매뉴얼을 참고해 ‘베리어 프리 교회 체크리스트’를 배포한 적이 있다. 기윤실은 처음 캠페인을 시작할 당시 “느려지겠다는 불편의 결심으로 누구도 뒤처지지 않고 모두가 함께 걷는 우리, 누구도 약자이지 않은 사회를 꿈꿉니다”라고 밝혔었다. 그렇듯 아직 교회의 문턱은 더욱 낮아질 필요가 있다.

1998년 시작된 장애인편의증진법을 시작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개선과 함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숨어있던 사람들이 교회에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며 장애인이라고 자신을 스스로 부끄러워하거나 돌을 던지는 사람들은 사라졌다. 2024년인 현재 사회는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와 교육을 점점 발전시키고 있다. 이제 한국교회 또한 이 도약에 한 발짝 내디뎌야 할 때다. 

출처 : 주간기독신문(https://www.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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